너의 향기(5)

(2015. 9 제주 삼양 검은 모래해변)

 

 

 

 (아침에 사라지는 지난밤 찌르라미를 위해서)

 

 

풀벌레 우는소리는

나의 저녁에 아직 남아있는데

 

햇빛은 이내

부스러기 같은 내마음속에서

타오르는 향기 그 내음속으로 증발되어가고

 

바람이

내 창을 비벼올때

이미 나 에게는 창문이 없었다.

 

풀잎 밟는 소리에

밤잠을 설치고 나면

 

아침엔

온방 가득한 네 향기가

날개 잃은 나비처럼 몸부림치며 푸득거리고

 

장난스럽게

콧등 깨무는 네 입술위에는

우연한 슬픔으로 다가온 겨울의 그 고독처럼

이미 싸늘함이 미움처럼 내려 앉아 있는데

 

너는

내게로 다가와 있나

 

풀벌레 우는 소리는

나의 저녁에 아직 남아있는데

 

 

 

1989.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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