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있는 책 이란? (블루맨story)

"우리를 영원케 하는 것은 "    

1979년 초판   유안진 저서


중학생 시절  여대생 누나의 책상에서 발견했다.정보가 홍수를 넘어 쓰나미 되는 현실에 비추어보면 특별한 책이 아닐 수 있을 것이다


타이밍

사람도 어떤 타이밍에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 최고의 동반자가 될 수 있고 철천지 원수가 될 수도 있고 비난 받는 사이가 될 수도 있다.

내가 정말 무언가 기대고 싶은 어린 나이 타이밍에 나타난 책 한권 이어서 일까  아직도 문장을 외우며 가슴속에 담든다

대단한 다큐도 아니고 큰 상을 수상한 소설도 아닌 그냥 에세이집 일 뿐인데 말이다.

내 인생 최고의 기준이 되어온 책 속 문장은

"그는 인생이 짧다 하여 성급한 단거리 선수가 되지 않으며, 세상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좋아하는 일을 저버리지도 않는다;"

"나는 그동안 바삐 사는 것과 의미 있게 사는 것을 혼동했던 모양이다."

"그는 산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바다를 싫어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이게 뭐? 어쩌라구? 할 수 있지만

누군가의 시간과 공간속에는 가슴속에 저며오는 단어와 문장일 수 있다.


의미 있는 책이란

의미 있는 시간이란

의미 있는 관계란

모든게 내가 가지고 있는 타이밍의 색깔에 따라 각인되는게 삶인가 보다.

베스트셀러 도 좋지만....나에게 울림을 주는 책을 찾아 떠나는 여행도 참 좋다

오래된 책에서 나오는 쾌쾌한 냄새는  시간의 선상울림을 자극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단락 

누구와도 같으나 누구와도 다른 남성

(참고로 저자는 여성 교수님 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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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란지교를 꿈꾸며 


저녁을 먹고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자 한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 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친구가

우리 집 가까이에 있었으면 좋겠다

비 오는 오후나, 눈 내리는 밤에도

고무신을 끌고 찾아가도 좋을 친구

밤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 놓고 보일 수 있고

악의 없이 남의 얘기를 주고 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은 친구가...

사람이 자기 아내나 남편, 형제나 제 자식하고만

사랑을 나눈다면 어찌 행복해 질 수 있으랴

영원이 없을수록 영원을 꿈꾸도록

서로 돕는 진실한 친구가 필요하리라

그가 여성이어도 좋고 남성이어도 좋다

나보다 나이가 많아도 좋고 동갑이나 적어도 좋다

다만 그의 인품은 맑은 강물처럼 조용하고 은근하며

깊고 신선하며 친구와 인생을 소중히 여길 만큼 성숙한 사람이면 된다

그는 반드시 잘 생길 필요도 없고 수수하나 멋을

알고 중후한 몸가짐을 할 수 있으면 된다

때로 약간의 변덕과 신경질을 부려도

그것이 애교로 통할 수 있는 정도면 괜찮고

나의 변덕과 괜한 흥분에도

적절히 맞장구쳐 주고나서

얼마의 시간이 흘러 내가 평온해지거든

부드럽고 세련된 표현으로 충고를 아끼지 않으면 된다

우리는 흰눈 속 참대같은 기상을 지녔으나

들꽃처럼 나약할 수 있고

아첨 같은 양보는 싫어하지만

이따금 밑지며 사는 아량도 갖기를 바란다

우리는 명성과 권세, 재력을 중시하지도

부러워하지도 경멸하지도 않을 것이며

그 보다는 자기답게 사는데

더 매력을 느끼려 애쓸 것이다

우리가 항상 지혜롭진 못하더라도

자기의 곤란을 벗어나기 위해

비록 진실일지라도 타인을 팔진 않을 것이며

오해를 받더라도 묵묵할 수 있는 어리석음과

배짱을 지니기를 바란다

우리의 외모가 아름답진 않다해도

우리의 향기만은 아름답게 지니리라

우리는 시기하는 마음없이 남의 성공을 얘기하며

경쟁하지 않고 자기 하고 싶은 일을 하되

미친듯이 몰두하게 되길 바란다

우리는 우정과 애정을 소중히 여기되

목숨을 거는 만용은 피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우정은 애정과도 같으며

우리의 애정 또한 우정과도 같아서

요란한 빛깔과 시끄러운 소리도 피할 것이다

우리는 천년을 늙어도

항상 가락을 지니는 오동나무처럼

일생을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은 매화처럼

자유로운 제 모습을 잃지 않고

살고자 애쓰며 서로 격려하리라

나는 반닫이를 닦다가 그를 생각할 것이며

화초에 물을 주다가, 안개 낀 창문을 열다가

까닭없이 현기증을 느끼다가

문득 그가 보고 싶어지면

그도 그럴 때 나를 찾을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우리의 손이 작고 어리어도

서로를 버티어 주는 기둥이 될 것이며

눈빛이 흐리고 시력이 어두워질수록

서로를 살펴주는 불빛이 되어 주리라

그러다가 어느 날이 홀연이 오더라도 축복처럼

웨딩드레스처럼 수의를 입게 되리니

같은 날 또는 다른 날이라도 세월이 흐르거든

묻힌 자리에서 더 고운 품종의 지란이

돋아 피어, 맑고 높은 향기로 다시 만나지리라


유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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