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완전히 물들지 않은 여의도공원

계절은 충분히 깊어가는데

색의 향연은 아직 안전히 물들지 않았네요

 

시간의 흐름에 맞서

분노라도 하듯

금방이라도 물감을 떨어뜨릴 듯 한

그 모습이 그립습니다

 

며칠만 더 지나면

더 아름다운 공간이 나를 맞이 해 줄 거라는

기대감은

산산이 부서지면서

 

차 한잔 급하게 마시고 나선

공원 산책길에는

물들여 보지도 못한 어린 잎들이

새벽 쓰레기 차를 기다랍니다.

 

몇걸음 더 걸어가면

이내 회색도시로 이어지는

횡단보도가 기다리고

때 이른 찬바람에

사람들은 고개를 떨구며 걸어가는데

 

달리 갈 곳이 없는 나는

돌아오는 길에도

이 나뭇잎들을 밟고 가게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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